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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도동서원 고목에 미디어파사드로 새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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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정취가 절정에 이른 도동서원에서 440년 된 은행나무가 빛의 예술로 부활했다. 대구 달성군(군수 최재훈)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천연기념물급 보호수에 미디어파사드를 적용, 문화유산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야간 콘텐츠를 선보였다.이번 미디어파사드는 10월 17일부터 11월 15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다. 은행나무에 투사되는 영상은 나무의 생장 과정을 유교의 깨달음과 결실의 가치에 빗대어 표현한다. 빛과 영상이 서원의 고즈넉한 풍경과 어우러지며 가을밤의 낭만을 자아낸다.오는 10월 24일과 11월 7일에는 달성문화도시 사업과 연계한 버스킹 공연, 청사초롱 만들기 체험, 유명인 초청 홍보 여행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돼 관람객에게 오감으로 즐기는 가을밤을 선사한다.달성군은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도동서원 일원에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 자연과 빛이 공존하는 야간 관광 명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최재훈 군수는 "도동서원이 지닌 역사성과 자연미를 첨단 미디어 기술로 재해석해 세계유산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10.21 21:14

1분 소요
2025 대구정원박람회, 금호강 하중도서 24일 개막

전시

깊어가는 가을, 대구 금호강 하중도에서 2025 대구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이번 박람회는 'K-가든의 미래, 대구에서 찾다!'를 주제로 오는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개최된다.올해 행사는 단순히 정원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학생·기업·기관이 함께 만드는 생활 속 정원문화 축제로 기획됐다. 대구시는 이를 통해 하중도 지방정원 조성의 기반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국가정원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박람회에는 총 118개 참여정원이 조성된다. 학생정원 20개, 시민정원 20개, 기업정원 7개, 구·군정원 8개, 시민정원사정원 21개, 가족정원 40개가 선보인다.오는 24일 오전 10시 30분, 하중도 메인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가드닝 패션쇼로 문을 연다. 정원을 모티프로 한 의상과 모델 퍼포먼스를 결합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패션으로 표현하는 이색 무대다.박람회 전역에서는 정원탐험대 그린어드벤처, 어메이징 가든투어, 화분 만들기, 게릴라 정원 조성 등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또 정원산업전에는 61개 부스가 운영돼 최신 정원식물, 원예자재, 가드닝 신기술이 한자리에 모인다. 개막 이후 주말에는 마술쇼와 버블쇼가, 평일 오후에는 버스킹 밴드 공연이 이어진다. 행사장 곳곳에는 코스모스 단지, 물억새, 국화 조형작품, 대형 포토존, 테마 플랜트 정원 등을 조성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더한다.김정기 시장 권한대행은 "이번 박람회는 지난해보다 내실 있게 준비한 만큼,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생활 속 정원문화 축제가 될 것"이라며 "대구의 녹색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하중도 지방정원 조성의 마중물로 삼겠다"고 밝혔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10.21 21:13

2분 소요
걷고, 쉬고, 치유하는 '울진 가을여행' 인기

여행

가을빛으로 물든 울진이 여행객들에게 힐링 초대장을 내밀었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울진의 가을은 그 자체로 그림이다. 금강소나무 숲길을 비롯해 왕피천 봇도랑길 등이 대표 힐링코스로 손꼽히며 전국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울진의 상징인 금강소나무 숲길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신비의 숲'이라 불린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소나무 잎 사이로 스며드는 숲길의 공기는 도시인에게 그 자체로 치유다. 숲을 따라 내려오면 금강송 에코리움의 지관서가가 기다린다. 나무 향이 가득한 서가에서 책 한 권과 함께 머무는 시간은 완벽한 쉼이다.왕피천을 따라 이어진 봇도랑길은 농수로 옆으로 난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최근 개장한 평해명품 맨발걷기길은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월송정 주변에 조성돼, 가족과 연인이 함께하기 좋은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산행 후의 피로는 온천으로 녹인다. 응봉산을 오른 뒤 덕구온천에서, 백암산과 신선계곡을 둘러본 후 백암온천에서 여유를 즐기면, 가을 치유루트가 완성된다. 온천지대 특유의 따뜻한 수증기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준다.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왕피천 공원이 단연 인기다. 케이블카와 아쿠아리움, 곤충체험관, 안전체험관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푸른 잔디와 소나무 숲이 펼쳐진 공원은 도시의 소음을 잊게 하는 가족형 쉼터로 자리 잡았다.한편, 울진군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관광택시와 가을여행 버스를 운영 중이다. 관광택시는 4시간 기준 3만2천 원으로 소규모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25명 이상 단체는 1인당 5천 원에 이용 가능한 가을여행 버스를 통해 주요 관광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여행 중 사용한 금액의 10%를 울진 특산품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손병복 울진군수는 "가을 울진은 자연과 쉼, 그리고 추억이 함께하는 계절"이라며 "걷고 쉬며 힐링하는 여행지로서 울진의 매력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10.2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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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가을축제, 별빛부터 와인까지 오색 향연 피날레

여행

영천의 가을이 축제로 화려하게 물들였다. 영천시는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열린 가을축제에 8만2천여 명이 다녀가며 성황을 이뤘다고 밝혔다.올해 축제는 ▲영천보현산별빛축제 ▲영천한약축제 ▲영천와인페스타 ▲영천별빛한우 명품구이축제 ▲영천문화예술제 등 5개 행사가 동시에 열리며 '별빛의 도시 영천'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영천의 별빛 아래, 토성의 고리를 찾아'라는 주제로 열린 제22회 영천보현산별빛축제는 별빛어린이무용단의 식전공연에 이어 가수 김필의 감성 무대와 드론 라이트쇼가 펼쳐지며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천문동아리와 함께하는 스타파티, 어린이 과학 체험, 우주 강연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어졌으며, 보현산댐 출렁다리 야간 개방은 이색적인 가을 정취를 더했다.제23회 영천한약축제는 강변공원과 한의마을 일원에서 열렸다. 한방 명의의 무료 진료, 약초전시터널, 약재 전시, 갓 만들기·향주머니 만들기 체험 등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선시대 복장을 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전통 놀이를 선보였고, 스탬프 투어와 룰렛 이벤트 등도 큰 인기를 끌었다.영천강변공원에서는 제13회 와인페스타와 별빛한우 명품구이축제가 동시에 열렸다. 지역 10개 와이너리가 선보인 50여 종의 와인은 재즈·팝 공연과 어우러지며 도심을 낭만으로 물들였다. 명품 한우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는 야외 한우식당에는 개장 첫날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한우불고기버거, 돼지육포, 요거트 등 축산물 시식 부스도 인파가 몰렸다.제51회 영천문화예술제는 강변공원과 시민회관 일원에서 열렸다. 풍물·난타 경연, 읍면동 줄다리기 등 전통 행사부터 지역 예술가의 전시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피날레 무대인 제29회 왕평가요제는 주현미·박구윤·강민 등 유명 가수들의 공연으로 열기를 더했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별빛과 문화, 와인, 한우, 한약이 어우러진 이번 축제는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든 진정한 화합의 장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특색을 살린 축제를 통해 영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10.21 21:12

2분 소요
2025 김천김밥축제, 더 커지고 맛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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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많은 인파가 몰리며 일부 논란을 일으켰던 김천김밥축제가 한층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2025 김천김밥축제가 10월 25일과 26일 이틀간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 일원에서 열린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김밥 판매부스의 대폭 확대다. 지난해 8개에 그쳤던 김밥 판매업체가 올해는 32개로 4배 늘었다. 김천의 대표 로컬 김밥을 비롯해 전국 이색 김밥, K-푸드 열풍을 이끈 냉동김밥, 방송 화제작 남보라 김밥까지 총출동한다.또한 CU편의점과 협업한 김천김밥쿡킹대회 우승 김밥을 현장에서 최초 공개할 예정이며, 프랜차이즈 김가네와 손잡은 전국 유일 스낵 김밥도 첫선을 보인다. ㈜대정과 협력해 시간당 1,000줄 이상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시연하는 라이브 공정 체험도 진행된다.올해 김밥축제의 또 다른 변화는 행사장 규모다. 기존 사명대사공원 중심에서 직지문화공원까지 확대해, 전체 면적이 5배 커졌다. 부스별 개별 키오스크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이중 줄서기를 없앴고, 대형 전광판으로 실시간 김밥 수량을 안내한다.행사장은 김밥의 주재료를 테마로 한 ▲무지링존(단무지) ▲오잉존(오이) ▲햄찌존(햄) 등 3개 섹터로 구성된다. 각 존에서는 김밥 판매, 체험, 공연, 플리마켓, 관광홍보 등 다양한 콘텐츠가 진행된다.지난해 축제 최대 불만이었던 교통 문제도 대폭 개선된다. 김천시는 전담부서로 지정하고, 셔틀버스 노선을 지난해 2개에서 6개로 늘렸다. 셔틀버스는 지난해 10대에서 40대로 증차, 상하행선 모두 전용차로를 확보했다. 셔틀 이용자에게는 김밥 할인쿠폰과 무료 기념품이 제공된다.배낙호 김천시장은 "지난해 김밥축제를 통해 우리 시를 알리는데 큰 성과도 있었지만, 부족한 점도 많았다."라며, "올해 축제는 지난해 문제점을 개선해 방문객 만족도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10.21 21:11

2분 소요
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 '법인에게 열리는 가상자산 투자 시대' 출간

사법·금융 규제 분야의 핵심 실무자 출신 전문가들이 한국 기업을 위한 최초의 가상자산 투자·사업 전략 지침서를 펴냈다.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 등을 지낸 김기동(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와 금융감독원 감독총괄국장 등을 역임한 자본시장 감독 전문가 이창운 리앤인사이트 대표는 최근 ‘법인에게 열리는 가상자산 투자시대: 기업의 투자와 사업 활용 전략’(법률신문사 펴냄)를 출간했다.책은 금융위원회의 ‘법인 가상자산시장 참여 허용’ 정책이 발표된 이후 구체적 실행전략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을 위해 기획됐다.2024년 미국 재무회계 기준심의회(FASB)의 개정과 2025년 7월 ‘디지털자산 3법’ 의결로 글로벌 기업들의 가상자산 투자가 본격화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변화된 제도 환경 속에서 실질적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목표다.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UAE, EU 등 주요국의 제도를 비교 분석하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테슬라·스타벅스 등 해외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실질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내부 추진 전략 △회계·세무·공시 △AML·트래블룰 대응 등 실무 지침을 담았으며, 내국법인 투자와 과세, 해외 법인 활용 등 자주 묻는 질문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부록에는 최신 판결례와 주요 용어 해설을 수록해 이해를 돕는다.김기동 대표변호사는 25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부산지검 검사장 등을 거친 금융·기업범죄 수사 전문가로, 테라·루나 등 대형 가상자산 사건의 변론을 맡고 있다. 그의 경험은 기업이 마주할 법적 리스크와 내부통제의 핵심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이창운 대표는 금융감독원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자본시장조사국, 공시심사실, 감독총괄국 등을 두루 거친 자본시장 감독 전문가다. 2016년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 파견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조사한 경력을 바탕으로, 법인의 가상자산 회계처리와 공시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낸다.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이 책은 가상자산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다층적 영향을 진단하고, 한국 기업이 새로운 시대의 중심에서 디지털자산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 가이드”라며 “불확실한 제도 환경 속에서도 기업들이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10.20 17:30

2분 소요
실패한 창업가가 기록하는 도전과 실패 그리고 새로운 출발 [새로 나온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4년 전에 출간된 ‘크래프톤 웨이’라는 책은 기업가 혹은 창업가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창업가의 고민의 깊이를 느꼈다. 이에 더해 성장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과 얼마나 많은 갈등과 충돌이 있는지를 대리 체험하는 기회가 됐다. 특히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보여줘야 하는 리더십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가야 할 길이 있다면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가야만 하는 리더의 외로움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 덮으면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글로벌 히트 게임을 탄생시켰고 조직을 성장시켰기에 자신의 속내를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와 조직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기에 몇몇 사람들에게 선물해서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였다. 한국에서 주목받은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를 창업했던 박소령 전 대표는 얼마 전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라는 책을 펴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퍼블리를 매각했다는 뉴스가 나온 후 그는 조용하게 자신의 실패담을 기록하고 분석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크래프톤 웨이’가 성공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난관과 갈등을 적었다면 이 책은 성장 곡선을 그리다가 정체되고 흔히 말하는 실패로 마무리를 하기까지의 기록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실패담이다. 누구나 실패를 할 수는 있지만 박 전 대표처럼 실패의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실패의 이유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그가 그 일을 해냈고 후배 창업가들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지만 읽고 나면 새로운 정보와 마음가짐을 얻게 되는 책이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다. ‘온몸으로 부딪쳐 하나씩 벽돌을 쌓듯 만들어온 회사에서 나는 그렇게 퇴사했다’는 프롤로그의 한 문장은 많은 것을 압축하고 있다. 이 책은 ▲투자 유치 ▲조직의 역할 배분 ▲주주와의 관계 ▲공동창업가와의 관계 등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경험할 수밖에 없는 소중한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박 전 창업가의 반성으로 그 시기와 경험을 되돌아본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각각의 시기와 이슈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실패를 뼈저리게 경험한 창업가의 조언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울림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창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매일매일 답을 내야 하는 일이라고. 그렇기에 지난 10년을 보내며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해낸 나 자신이다.’ 박 전 대표가 정의한 창업의 본질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실패한 창업가의 10년 간의 기록이지만, 배워야 하고 얻을 수 있는 정보와 감동이 곳곳에 숨어 있다. 더 루프(The Loop) 금융 3000년 무엇이 반복되는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게 가시화되고 있고, 퇴직연금 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등 전 세계의 금융 질서가 격변하고 있다. 이 책은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에 금융 소비자들이 통찰력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금융권에서 28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역사를 밀도 높고 폭넓게 서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다. 머니 트렌드 2026매년 주목을 받고 있는 경제 전망 시리즈 ‘머니 트렌드 2026’이 나왔다. 거시 경제부터 주식·부동산·암호화폐·문화 트렌드까지 각 분야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이 책에 소개된 50가지 인사이트는 돈의 흐름을 앞서 읽게 해주는 성공 공식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생존을 위해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소상공인이나 마케터 같은 직장인 등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통찰이 담겨 있다. 2026년을 준비할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재활용의 거짓말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매주 특정 요일 저녁이 되면 집에 쌓아둔 종이와 플라스틱 등을 분리배출하게 된다. 이 작업을 위해서 라벨을 떼고, 비닐을 펼쳐 말리는 등의 공을 들인다. ‘재활용률 86%’ ‘재활용 대국’ 등의 성과는 이런 노력이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다시 자원으로 쓰이는 비율은 20% 남짓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책은 이 간극에서 출발한다. 통계 뒤에 가려진 구조적 모순을 밝혀내고 분리배출을 해도 결국 소각으로 끝나는 현실을 보여준다.

2025.10.19 11:00

3분 소요
“시작이 곧 위대함의 출발점” 김명진 대표가 찾은 답 [CEO의 서재]

목표를 세우고도 지키지 못하는 일은 왜 반복될까. 앨런·바바라 피즈가 쓴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The Answer)'은 이 질문에 뇌과학적 답을 건넨다. 책은 “뇌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주목하는 대상을 기회로 인식한다”고 말한다. 목표를 막연한 다짐이 아니라 숫자와 기한이 붙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꿀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는 설명이다.김명진 이노그리드 대표는 이 책을 “목표 달성의 실전 바이블”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통해 리더가 목표를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김 대표는 평생 두 가지 신념을 지켜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와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자”다. 그는 “이 책이 그 신념을 조직 경영의 문법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대표이사 취임 이후 목표를 수치로 구체화해 구성원과 공유하고, 이를 행동으로 이어가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책은 뇌의 주의력을 목표 달성의 핵심 자원으로 본다. 저자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로 목표가 모호하거나 행동으로 연결할 구체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목표를 손으로 쓰고 눈에 보이게 두는 단순한 습관이 성과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확언과 시각화는 뇌를 목표에 몰입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개인의 동기를 넘어 조직 전체의 방향성을 통일하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이와 함께 책은 두려움과 걱정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감을 ‘실패의 신호’로 오해하지만, 저자는 이를 뇌가 학습 과정에 진입했다는 증거로 해석한다. 이처럼 불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행동을 이어갈 때 비로소 목표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도전을 피하기보다 작게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저자는 성공 습관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목표를 손으로 적고 ▲데드라인을 붙이며 ▲목록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확언·시각화로 목표를 각인시키며 ▲두려움을 실패가 아닌 학습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라는 것이다.김 대표는 책이 강조한 ‘데드라인과 시각화’ 원칙을 경영 현장에 접목했다. 그는 회사의 장기 목표를 세부 과제로 나누고 기한을 정한 뒤, 이를 전 직원에게 공개해 구성원이 목표를 함께 인식하도록 했다. 개인과 부서의 성과지표(KPI)는 수치화해 관리 체계에 반영했다. 실행 과정에서 나온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진행하고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정착시켰다.또 그는 “시작부터 위대할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려면 시작해야 한다”는 책 속 구절을 가장 깊이 새겼다. 그는 리더의 역할을 “행동을 설계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작은 실행이 모여 큰 성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이노그리드는 지능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운영 플랫폼 전문 기업으로, 15년 넘게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다. 국내 서버 가상화 솔루션 최초이자 유일하게 CC인증을 받았고, 국정원 보안기능확인서와 GS인증 1등급을 포함해 300여 건의 지식재산권과 품질 인증을 확보했다. 현재 이노그리드는 정부·공공기관·대기업·금융권 등 400여 고객사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유일하게 클라우드 전 주기 솔루션(IaaS, PaaS, CMP 등)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25.10.19 11:00

3분 소요
AI 허브로 진화하는 싱가포르, 한국 기업의 전략적 교두보 되나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전문가 칼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tartup Center Singapore)는 ‘싱가포르 인공지능(AI) 정부정책 및 주요 산업별 AI 기술동향’이라는 보고서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발간하였으며, 이번에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싱가포르 AI 정책 및 한국 기업의 진출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싱가포르가 AI 강국을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3년 발표된 National AI Strategy 2.0(NAIS 2.0)은 “공익을 위한 AI(AI for the Public Good)”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윤리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AI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디지털 경제가 이미 GDP의 17.7%를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AI 시장 규모만 약 160억 달러(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작은 도시국가가 동남아 전체 AI 확산의 실험장이자 교두보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 전략은 단순히 기술 경쟁력 확보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싱가포르가 ‘신뢰할 수 있는 AI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정부 주도의 강력한 생태계싱가포르 AI 생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의 정책 주도와 민간 혁신의 결합이다. GovTech, IMDA, A STAR 같은 공공기관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며, AI Verify와 같은 신뢰성 검증 툴킷으로 기업의 윤리적 기준 준수를 지원한다. 호프스태터가 ‘괴델, 에셔, 바흐’에서 강조한 ‘기묘한 고리’(Strange Loop)처럼, 싱가포르의 AI 생태계도 정부 정책–산업–규제의 상호작용 속에서 반복적 순환을 이루며 점점 더 고차원적인 혁신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고 강화하는 루프 구조가 새로운 창의성을 낳고 있는 셈이다. ▲의료∙바이오 헬스 ▲핀테크 ▲공공 행정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제조 ▲에듀테크 ▲ 인프라 등 7대 분야를 AI 주요 사업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의료와 공공 행정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수요 창출로 고성장을 보이고 있고, 핀테크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과 리스크 관리가 병행되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하고 이미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폭발적 성장보다는 고도화 중심으로 전환중이다. 스마트 제조·모빌리티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 정부는 AI 인재 양성에도 집중하고 있으며, 대학과 연구기관,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2026년까지 1만 5000명의 AI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글로벌 기업과 현지 산업의 교차점싱싱가포르는 AI 생태계 확장을 위해 향후 5년간 10억 SGD(1조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GPU 기반 데이터센터 확충, 국제 공동 프로젝트, 전문 인재 육성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이 AI 인프라를 제공하고, 현지 스타트업은 특화 영역에서 혁신을 주도한다. 바흐의 푸가가 단순한 선율의 반복 속에서 복잡한 음악적 구조를 만들어내듯, 싱가포르의 AI 정책도 각 산업에서 단편적 혁신을 쌓아 올려 점차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복합적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AI는 여전히 규칙 기반 알고리즘의 집합이지만, 그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인간의 창의성에 가까운 산출을 흉내 내며 산업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한국 기업에 싱가포르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다. 첫째, 공공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실증 경험은 곧 신뢰 자산으로 전환되어,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인근 시장 확장의 발판이 된다. 둘째, 자연어처리(NLP), 의료 영상, 예지정비 같은 틈새 분야에서 특화 기술을 적용하면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셋째, 정부와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협력 구조 속에서 파트너십 중심 접근이 필수적이다. 독자적 진출보다는 공동 프로젝트 참여가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괴델이 보여준 정리처럼, 어떤 체계도 스스로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AI 역시 기술 그 자체로는 자기완결적이지 않다. 싱가포르가 ‘공익을 위한 AI’를 내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이 사회적 맥락, 윤리적 틀과 결합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나라·큰 실험실…한국 기업이 배워야 할 것들 싱가포르는 국토는 작지만, AI 정책·규제·산업을 아우르는 거대한 실험실로 기능하고 있다. 윤리적 기준과 신뢰를 강조하는 이 시장은 단순한 기술 판매처가 아니라 혁신 모델을 검증하고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에셔의 그림 속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처럼, AI는 반복과 규칙을 기반으로 끝없이 확장된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적 창의성과 동일한지는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이다. 한국 기업이 자사의 기술을 싱가포르 특화 분야에 접목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함께 이 ‘기묘한 고리’에 참여한다면, 동남아 AI 시장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025.10.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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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검정고무신’은 왜 불공정계약의 대명사가 됐나[백세희의 컬처&로(LAW)]

전문가 칼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검정고무신’이라는 단어는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아련하고 따뜻한 느낌을 줬다. 2023년 3월 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 고(故) 이우영 작가가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이제 ‘검정고무신’은 저작권 분쟁과 불공정계약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것 같다.‘검정고무신’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만화 잡지 에 연재된 작품이다. 이 작가가 군 복무 중이던 1992년 무렵에는 동생인 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만화는 단행본으로 45권이나 만들어졌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서울에서 살아가는 어린이 기영과 청소년 기철,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정감있게 묘사해 지금까지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애틋한 만화가 어쩌다가 창작자에게 좌절과 고통을 주게 된 것일까. 원인은 잘못된 계약에 있다. 작가의 신뢰는 쉽게 배반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를 되돌리는 길은 가시밭길을 걷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비극의 시작’이 된 출판사의 제안2007년 H출판사 측(이하 ‘출판사’)에서 이 작가 측(이하 ‘이 작가’)에 소위 ‘사업권’을 설정하는 계약의 체결을 제안했다. 사업권설정계약은 몇 차례 정리를 거쳐 2008년 6월 다시 체결됐다. 이 계약이 바로 작가를 옭아매는 핵심이다. 위 사업권설정계약은 ‘검정고무신’ 및 그에 파생된 모든 2차적 사업권을 출판사가 갖고 수익을 분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사업을 하려면 캐릭터에 대한 지분이 필요하다고 작가를 설득해 출판사 대표가 9개 캐릭터의 공동저작권자 등록을 마치기도 했다.2010년에는 이른바 ‘양도각서’도 작성했다. ‘검정고무신’ 작품 활동과 관련된 업무는 출판사를 통해 진행해야 하고, 작가의 개인적인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금 3배 상당의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판사에 저작권 침해로 인한 형사고소 및 합의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이다.이를 바탕으로 출판사는 2015년 TV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 시즌4’를 제작해 방영했다. 이 외에도 출판사는 캐릭터를 이용해 여러 종류의 만화를 계속 출판했고, 이 작가 역시 출판사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몇몇 웹사이트에 만화를 공급하고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출판사는 이 작가가 만화를 계속 만들어낸 것을 문제 삼고 2019년 11월 이 작가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출판사의 사업권에 따라 만화 및 그 2차적저작물의 제작·사용·배포는 오로지 출판사만이 할 수 있는데, 이 작가가 이를 어기고 자신이 직접 만화를 제작·배포한 것이 계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거액의 위약금을 배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작가는 계약은 모두 무효라고 항변했다. 저작권 법리에 대한 이해와 거래 경험이 부족한 만화가로서는 ‘검정고무신’을 이용해 수익을 나누자는 출판사의 진의가 사실은 모든 권리를 다 내어놓으라는 것인 줄도 모르고 경솔하게 계약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위 계약들은 예술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무효라 주장했다. 피고가 되어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 작가에게 재판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2023년 3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재판은 남겨진 가족들이 이어받았다. 같은 해 11월 약 4년의 재판 끝에 드디어 1심 판결이 나왔다.1심 법원은 작가를 옭아매는 이 사건 계약들은 효력이 없다고 선언했다. 사업화설정계약 및 양도각서가 현저히 불공평해서 처음부터 무효라고 본 것일까? 그렇지 않다. 법원은 계약은 모두 유효하다고 보았다. 출판사의 의도대로 쓰인 문구는 그대로 효력을 인정받았다. 모든 사업권은 출판사가 갖는 것이고, 작가가 이를 어겨 얻은 이익은 모두 위약금 산정의 기초 금액이 된다. 민법 제103조와 제104조를 위반하여 무효라는 작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계약은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다만 법원은 출판사의 일방적인 수익분배 조건 설정, 진행 및 분배 과정, 작가에 대한 출판사의 형사고소 사실을 기초로 당사자의 신뢰관계는 파괴됐다고 보았다.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급부가 이루어지는 ‘계속적 계약’은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면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2019년 10월 이 작가의 해지의 의사표지로 계약은 모두 해지된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작가를 옭아매던 계약은 2019년 10월 이전까지는 유효한 것이고, 판결을 선고하는 시점에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 해지 이후의 출판사의 ‘검정고무신’ 이용은 이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이런 이유로 판결은 계약들의 “효력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고, 출판사는 캐릭터를 표시한 “창작물 및 이에 대한 포장지, 포장용기, 선전광고물을 생산, 판매, 반포, 공중송신, 수출, 전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한 것이다.잘못된 언론 보도 : 불공정계약으로 무효? 다만 위 해지 시점 이전에는 출판사가 권리를 유효하게 보유하는 것이고, 이 작가가 이를 일부 침해한 점을 인정해 유족들이 출판사에게 손해배상금으로 7500만원 상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025년 8월 28일 항소심 법원은 1심과는 달리 오히려 출판사가 이 작가의 유족에게 4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언론은 드디어 불공정한 계약이 무효가 됐다고 대서특필했다. 일부 변호사도 인터뷰를 통해 민법 제104조가 적용돼 계약이 처음부터 무효가 된 것이라 설명했다.필자도 항소심 판결문을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언론 보도, 전문가 인터뷰 및 칼럼을 믿었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달랐다. 항소심 법원이 계약을 무효로 돌린 게 전혀 아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항소심이 드디어 ‘검정고무신’ 계약을 불공정계약으로서 무효로 인정한 것이라는 말은 판결문을 읽어보지도 않고 누군가의 잘못된 설명을 무비판적으로 따라 옮긴 것에 불과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1심 판단과 동일하다.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인 것이 아니다. 단지 2019년 10월 이 작가의 해지의 의사표시로 인해 장래를 향해 효력이 없어진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1심과 달리 유족들이 오히려 4000만원을 배상받게 된 것일까? 이는 소송 기술적인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1심에서 작가는 출판사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주장하면서도 그에 따른 ‘손해배상’은 청구하지 않았다. 출판사의 이용은 금지하지만, 돈을 내놓으라고는 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를 넘어서는 판단은 할 수 없다. 그러니 출판사의 손해액만이 판결 주문에 등장한 것이다.2심에서 비로소 이 작가의 손해배상 청구가 추가되고 구체적인 금액이 등장한다. 재판부가 계산해보니, 양 당사자의 손해액이 각각 얼마이고 그 채권·채무를 대등액에서 소멸, 즉 상계를 하니 이 작가 측에 4000만원의 채권이 남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서로 잘못한 것을 더하고 빼면 출판사가 돈을 뱉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검정고무신’이 우리에게 남긴 것항소심에서 정의가 실현된 줄 알았는데…. 조금은 맥 빠지는 결론이다. 필자도 이게 맞나 싶어 눈을 비벼가며 60쪽에 달하는 항소심 판결문을 훑었다. ‘검정고무신’ 판결은 개인 창작자의 손을 들어주며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지 못했다. 곪을 대로 곪은 계약이 스스로 버티지 못하고 해지돼야 비로소 그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이었다. 계약의 구속력이란 이렇게 무섭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작가가 쏘아 올린 공은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창작에 관여하지 않은 출판사의 공동저작권자 등록을 직권으로 말소하며 선례를 만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고 불공정 약관에 대한 대대적인 시정조치를 감행했다. ‘검정고무신’이 만든 변화의 시작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판결을 왜곡 없이 냉정하게 분석해 현실을 인식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계속 연구해야만 한다. ‘검정고무신’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잊지 말자.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2025.10.19 08:00

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