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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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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빈국의 냉혹한 현실, 그리고 영월 텅스텐 광산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한국이 ‘에너지 자원 빈국’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쟁 초반에는 군사 시설에 집중하던 양 측의 공방이 에너지 시설로 확대되고 세계 원유 운송의 젖줄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전 세계가 원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는데,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그야말로 국가 비상 상황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 마지막으로 통과한 한국행 초대형 원유 운반선이 최근 입항했는데, 다음 운반선은 언제 들어올지 기약이 없습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빠르게 시행해 시중의 석유값은 일단 안정적이지만 현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고 공급 제한도 피할 수 없습니다. 산업 현장은 더욱 심각한데요,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납사) 공급이 흔들리면서 LG화학 등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이를 핵심 원료로 하는 에틸렌 생산 공장의 가동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습니다.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합성수지·합성고무 등 대부분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데,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활용해 각종 부품을 만들어 쓰는 자동차·건설·조선·전자 등 산업계 전반에서 제품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이 여파는 벌써 종량제봉투 사재기가 일어난 것처럼 시민들의 일상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돼 에너지 자원 위기에 내몰린 것인데요, 자원 빈국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최근 강원 영월 상동광산이 1994년 폐광한 지 32년 만에 재가동한다는 소식은 의미가 큽니다. 상동광산은 1916년 문을 열어 1985년까지 69년 동안 연간 2700톤(t)의 텅스텐(중석)을 일본 등지에 수출해 연간 189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국내 수출의 중심축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다 1986년부터 중국산 텅스텐이 싼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면서 상동광산의 경쟁력이 추락하기 시작해 1992년 채광을 중단하고 사실상 폐광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상동광산이 다시 살아난 것은 텅스텐 때문입니다. 텅스텐은 녹는 점, 밀도, 강도가 높아 미사일 부품과 수류탄 등 무기뿐 아니라 항공기와 우주선의 엔진 부품, 반도체 등에 널리 사용돼 국내에서도 핵심 광물 38종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있는데, 세계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수출 통제를 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전쟁으로 희토류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는 귀한 광물인 텅스텐이 상동광산에 5800만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 재가동으로 연간 2300t이 생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제적 가치는 텅스텐 정광(품위 65%) 기준 약 27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를 산화 텅스텐(품위 99%)으로 생산하면 약 46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자원 빈국의 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상동광산에 묻혀있던 텅스텐의 가치를 눈여겨보고 2015년 상동광산을 인수해 재개발한 주인공이 한국 정부도 기업도 아닌 캐나다 기업이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우리한테도 전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자원이 있었지만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방치한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겠습니다. 지금 세계는 주요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자원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자원 빈국인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잠들어 있는 국내 자원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2026.03.29 06:00

3분 소요
전기가 바꾸는 도시의 운명 [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서울의 부동산 민심이 6월의 심판대를 향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면, 이제 시선을 수도권 바깥으로 돌려보자. 지방선거는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집값이 아닌 다른 무게로 6월을 기다리는 도시들이 있다. 비수도권의 지자체들은 저마다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을 공약 1순위로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그 경쟁의 무기로 꺼내드는 것들을 들여다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전입 지원금 ▲청년 정착금 ▲민생지원금. 형태는 달라도 결국 ‘현금’이다. 돈으로 사람을 부르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 돈은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진짜 주목해야 할 공약은 무엇일까. 때마침 그 답을 가늠케 하는 법 하나가 6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 이름만 들으면 전력 전문가들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법이 지방선거와 맞물려 작동하기 시작하면 도시 간 경쟁의 판도를 근본부터 바꿀지도 모른다.티부의 발로 하는 투표, 기업은 전기를 따라간다1956년 미국 경제학자 찰스 티부는 평범한 이사 결정 속에 거대한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봤다. 사람들은 투표소에서 도장만 찍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조건을 갖춘 동네로 ‘이사’를 가는 방식으로도 선택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를 흔히 ‘발로 하는 투표’(Voting with feet)라고 부른다. 생각해보면 익숙한 장면이다. 아이 학교 때문에 학군 좋은 동네로 이사하고, 은퇴 후엔 공기 좋고 의료시설 있는 소도시로 내려간다. 그 이사 결정 하나하나가 사실은 지방정부에 보내는 강력한 신호다. “당신네 도시는 내 선택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까?” 티부는 시민이 늘 이 질문을 발로 던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오늘날 이 이론은 기업 입지 경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클라우드 서버 시설 같은 첨단 인프라는 엄청난 전력을 소모한다. 이들이 공장 부지를 고를 때 따지는 첫 번째 조건 중 하나가 전기료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우리 지역은 전기료가 경쟁력 있다”며 손짓하는 것은 바로 이 발로 하는 투표를 기업에게 유도하는 전략이다.6월의 법이 바꾸는 도시 경쟁의 문법분산에너지법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내 동네에서 만든 전기는 내 동네에서 먼저 쓴다.’ 지금까지는 정반대였다. 지방 앞바다와 들판에서 만든 전기가 수백 킬로미터 송전탑을 타고 수도권 데이터센터까지 달려갔다. 전기를 만든 지역 주민들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부담은 고스란히 떠안으면서도, 전기료 혜택은 누리지 못했다. 이 법은 그 구조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지역 안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구조를 만들고 그 지역엔 전기료 혜택도 준다. ▲울산 ▲제주 ▲부산 ▲전남 ▲경북 등 7개 지자체가 이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 됐다. 2025년 11월 ▲전남 ▲제주 ▲부산(강서) ▲경기(의왕)가 1차로 지정된 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경북(포항) ▲울산 ▲충남(서산)이 추가로 확정되며 첫 라운드 경쟁이 마무리 됐다. 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전력 직거래가 가능해지고 기업 유치 경쟁력이 생긴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인증을 필요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지역은 단순히 ‘전기가 싼 곳’이 아니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곳’이 된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이 취임 직후 맞닥뜨릴 가장 현실적인 과제가 바로 이 경쟁이다. 다만 이 과정을 단순히 ‘비수도권의 기회’로만 볼 일은 아니다. 수도권도 이 변화 앞에서 근본적인 고민을 피할 수 없다. 수도권의 전력 수요는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고, 소각장과 데이터센터 입지 문제는 서울과 인접 지역 사이의 갈등을 점점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생산이든 폐기물 처리든, 수도권 역시 더 이상 외부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자각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시작될 필요가 있다.현금이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까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돈이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까. 현금성 지원 경쟁은 이미 전국으로 번졌다. 1인당 10만~30만원의 민생지원금, 전입 대학생 지원금, 출산장려금. 재정자립도가 30% 아래인 기초지자체가 전국의 80%를 넘는 상황에서도 이 경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방 현실이 절박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당장 사람이 떠나는 마당에 현금 지원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볼 대목이 있다. 돈을 줄 때만 잠시 머무는 인구는 ‘손님’이지 ‘주인’이 되기 어렵다. 옆 동네에서 10만 원을 더 주겠다 하면 언제든 다시 '발'을 움직여 떠날 준비가 된 이들에게 쏟아붓는 예산은, 도시의 기초 체력을 키우기보다 재정을 고갈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티부 이론으로 돌아가보면, 사람은 단순히 이사 비용이 싸서 이동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구조적 이유가 있을 때 비로소 이동하고 정착한다.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돼 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면 인구가 따라온다. 에너지 수익의 일부를 지역 주민에게 환원하는 모델은 현금 지원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착 유인 효과를 만든다. 이것이 현금 살포와 다른 점은, 세금을 쓰는 게 아니라 지역이 만들어낸 가치를 지역민에게 되돌린다는 데 있다.2026년 3월 발표된 조사(기후정치바람, 2026 지방선거, 유권자의 선택: 기후가 표심을 흔든다)에 의하면 유권자의 53.5%는 “기후·에너지 공약이 좋으면 정치 성향이 달라도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에너지는 이미 환경단체만의 언어가 아니다. 전기료 걱정을 하는 시민, 공장 부지를 찾는 기업인,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는 청년이 모두 같은 질문을 향해 있다. 6월의 투표장에서 후보들에게 물어보자. “우리 도시가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그 답이 도시의 다음 10년을 가를 것이다.

2026.03.28 10:00

4분 소요
국제행사 줄줄이 취소·연기…멈춰선 중동 마이스 시장 [E-MICE]

여행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서 열리던 전시·박람회, 국제회의 등 행사들이 대규모 취소·연기 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전 가능성을 띠면서 사태를 관망하던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연기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개전 초반 ‘라마단’ 비수기와 겹쳐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들어 행사 취소·연기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카타르 컨설팅 기업 노스본 어드바이저리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지역에선 100여 건의 행사가 취소·연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전시이벤트서비스연맹은 최근 “중동 지역 내 긴장 상황이 지속되면서 항공·물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동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여행제고·출국권고) 발령으로 원활한 국제 행사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때 폐쇄됐던 중동 지역 영공과 항공 노선은 현재 운항을 재개한 상태지만,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으로 운항 횟수와 편수를 줄이거나 우회 노선을 이용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항공은 도하행 노선은 내달 30일까지, 두바이와 바레인, 텔아비브, 암만 등 항공편은 5월 말까지, 아부다비 노선은 오는 10월까지 운항 중단을 결정한 상태다.스포츠·비즈니스 이벤트 줄줄이 취소·연기국제자동차연맹(FIA)는 최근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1’(F1) 바레인 사키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릴 예정인 그랑프리 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호주 멜버른 그랑프리에 이어 4월 12일과 19일 각각 열릴 예정이던 대회는 최근 긴장 상황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결국 취소 사태를 맞았다. FIA는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취소에 앞서 지난 8일 호주 그랑프리 개막을 앞두고 열려던 카타르항공 후원의 VIP 행사와 카타르 도하 챔피언십(WEC)도 취소했다.F1 그랑프리 대회를 소유한 ‘리버티 포뮬러1’은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취소로 올 시즌 레이스 횟수가 24개에서 22개로 줄면서 주가가 10% 하락했다.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F1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강행 개최를 원했지만, 현지 상황을 고려할 때 대회 취소만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이란의 무차별 보복 공격의 3분의 2가 집중된 두바이에선 예정됐던 글로벌 비즈니스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연기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마케팅 분야 세계 최대 국제 행사인 ‘어필리에이트 월드 글로벌’은 이달 2일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둔 상태에서 취소됐다. 갑작스런 취소로 개최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현지에 강연과 공연, 전시 등을 위한 장비와 인력 투입을 마친 주최사인 홍콩 VCEGH는 수십억 원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VCEGH 측은 “언제 어디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극도의 긴장 상황으로 100여 개국 7000여 명에 달하는 참가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라며 취소 이유를 밝혔다.세계 최대 암호화폐 행사 중 하나인 ‘토큰(TOKEN) 2049’는 4월 29일과 30일로 예정된 올해 행사를 내년 4월 21일과 22일로 연기했다. 개전 초반 “일정 변경은 없다”던 주최측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두바이에 집중되면서 결국 행사 연기로 입장을 바꿨다. 두바이 마디나트 주메이라 호텔에서 열리는 행사엔 150개 국가에서 1만 5000여 명, 200개 이상의 전시업체가 참가할 예정이었다.3월 30일과 31일 두바이에서 JP모건과 스위스 사모펀드 파트너스 그룹이 열려던 ‘중동·북아프리카(MENA) 콘퍼런스’는 일정을 5월로 바꾸면서 개최지를 스위스 취리히로 변경했다. 토큰 2049에 이어 5월 1일과 2일 두바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블록체인 국제 콘퍼런스 ‘TON 게이트웨이’는 아예 올해 행사를 취소했다.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75개국 1만 3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6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세계 최대 규모 강연 행사 ‘메가 캠퍼스 서밋’은 일정을 9월로 연기한 상태다. 고유가에 항공·물류비 증가…행사 수요 감소 우려그나마 학술대회, 콘퍼런스는 원격 화상회의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제품과 여객 운송이 수반되는 전시·박람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유치한 국제회의는 줄줄이 취소 사태를 맞고 있다. 전체 사업 중 중동 비중이 12%에 달하는 시가 총액 2조 원대의 세계 최대 전시 주최사 인포마(Informa)는 이달 들어 주가가 7% 가까이 급락했다.이달 말 열릴 예정이던 ‘도하 패션쇼’는 카타르 정부가 전시컨벤션센터, 호텔 등에서 열리는 다중 행사에 대한 전면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일찌감치 취소됐다. 세계대중교통협회(UITP)는 다음달 두바이에서 열려던 대중교통 분야 세계 최대 국제회의 ‘UITP 서밋’를 취소하고 차기 행사를 내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기로 했다.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아부다비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스(MICE) 전문 박람회 ‘M&I 엑스포’, 국제테마파크협회가 이달 31일부터 아부다비에서 열려던 중동 지역 최초 ‘국제 테마파크 엑스포’는 일정을 내년 4월로 미루면서 사실상 올해 행사를 취소했다. 야곱 월 국제테마파크협회 회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행사 연기는 300개가 넘는 기업의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오랜 기간 준비해온 행사를 조명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는 듯 간단히 취소·연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사우디아라비아가 1조7000억달러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5월 열려던 건축 박람회 ‘빅5 콘스트럭트 사우디’, 다음달 8일 두바이항 일대에서 개막하는 ‘두바이 국제 보트쇼’는 각각 일정을 올 9월과 11월로 미뤘지만, 개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두바이 호텔쇼’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페어몬트 더 팜 등 현지 호텔이 이란의 미사일,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문제는 전쟁으로 인한 행사 취소·연기 여파가 중동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전 우려 외에도 유가 급등으로 늘어난 물류·항공비 부담이 국제 전시컨벤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는 중동 지역 영공 폐쇄에 따른 항공편 결항으로 1만여 명 가까운 바이어가 참가를 취소했다. 그레고르 비슈코프 국제 전시이벤트서비스연맹 사무총장은 “대화와 연결, 협력이 기본이자 주된 목적인 전시컨벤션 행사에 갑작스러운 영공·해상 폐쇄로 인한 화물·여객 운송 차질은 치명적인 리스크”라며 “중동 지역 내 긴장 상황이 지속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있던 전시컨벤션, 이벤트 시장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2026.03.28 10:00

5분 소요
호르무즈發 충격, 에너지 위기 넘어 ‘공급망 붕괴’로 [스페셜리스트 뷰]

산업 일반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현실화됐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다시 세계 경제의 핵심 리스크로 떠오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2024년 기준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4분의 1 이상, 글로벌 LNG 교역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대표적인 초크포인트다. 즉, 이번 사태는 중동의 지역 분쟁에 그치지 않고, 세계 에너지와 산업 공급망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충격으로 봐야 한다.과거와 달리 생산 리스크로 번져이번 위기가 과거와 다른 점은 단순한 통과 리스크가 아니라 생산 리스크로까지 번졌다는 데 있다. 이란은 정권에 대한 위협을 받을 때마다 호르무즈 봉쇄를 위협해 왔지만 역사적으로 해협이 완전히 폐쇄된 적은 없었고 대부분 위협이나 부분적 교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박 운항 ▲보험 ▲물류가 동시에 위축되며 통항 차질이 사실상 마비에 가까운 수준으로 심화됐다. 여기에 더해 카타르 LNG 설비 일부가 공격을 받아 생산 차질까지 현실화됐다. 카타르에너지는 전체 LNG 수출능력의 17%에 해당하는 물량이 3~5년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고 한국을 포함한 일부 장기계약 물량에 대해서는 불가항력 가능성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물류 교란을 넘어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뜻한다. 외교적 긴장이 완화되더라도 생산설비 복구가 지연되면 공급은 즉각 회복되기 어렵고, 에너지 가격도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대체 경로도 충분하지 않다. 사우디와 UAE에는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는 송유관이 존재하지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실제 추가로 활용 가능한 우회 여력을 하루 약 260만 배럴로 추정한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전체 물량에 비하면 매우 제한적이다. 더구나 이 우회 인프라는 주로 원유 중심이다. ▲LNG ▲LPG ▲나프타 ▲헬륨 ▲유황과 같은 주요 에너지·산업 원자재는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고 대체 수송 수단이 제한적이거나 사실상 없다. 이번 위기의 핵심 제약은 우회 경로 부족 자체보다, 대체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에 있다. 희망봉 대우회는 항해 기간과 연료비를 크게 늘린다. 후티 세력의 홍해 공격 재개로 수에즈 운하 경유까지 불안해진 상황에서, 우회는 해법이라기보다 비용만 높이고 공급 불확실성은 더 키우는 임시적 대응에 가깝다.가격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브렌트유는 단기간에 급등하며 장중 119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유가는 외교적 기대와 정책 대응에 따라 단기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생산설비 피해가 실제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경우 상방 압력은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LNG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취약한 품목 가운데 하나다. 원유는 전략비축을 통해 일정 기간 완충이 가능하지만, LNG는 저장과 비축의 기술적·경제적 제약이 커 장기 비축보다 지속적 공급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미 아시아 각국과 유럽의 조달 경쟁이 가세하면서 스팟 시장 가격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시나리오별로 보면, 단기 공급 충격 국면(S1·수일~3주)에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5~125달러, LNG 현물 가격은 60~90% 상승하는 수준이 예상된다. 중기 공급 차질 국면(S2·1~3개월)에서는 유가 120~160달러, LNG 100~140% 상승이 가능하며, 구조적 공급 충격 국면(S3·3개월 이상)으로 넘어가면 브렌트유는 150~180달러, LNG는 150~200%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 산업 평균 생산비는 4.2%에서 9.4%까지, 제조업은 5.4%에서 최대 11.8%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서비스업 역시 1.4%에서 3.1% 수준의 비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에너지 가격 상승, 산업 전반으로 확산이처럼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한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는 특정 산업에서 시작되는 충격이라기보다 거의 모든 산업에 동시에 작용하는 공통 비용 상승 요인에 가깝다. 다만 강도는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정유·전력·가스 같은 에너지 집약 부문에서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이후 화학·철강·비금속 같은 중간재 산업을 거쳐 제조업 전반의 원가 구조로 전이된다. ▲화학 ▲비금속광물 ▲1차금속제품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을 받고 서비스업에서는 운송 부문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직접적인 에너지 의존도는 높지 않은 산업도 핵심 소재 공급 차질과 물류 지연을 통해 상당한 간접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구조를 감안하면, 단기에는 비싸게 들여오는 문제가 중심이지만 장기화 국면에서는 제때 들여오지 못하는 문제가 더 큰 위험으로 바뀐다. 유가와 LNG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해상 운임 상승과 운송 지연이 결합되면,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조달 비용은 통계상 추정치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가격 상승과 물류 제약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충격이 비선형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즉, 장기화의 핵심은 단순한 가격 급등이 아니라, 산업활동을 떠받치는 중간재와 물류 흐름의 불안정성이 구조화된다는 데 있다. ▲LNG ▲나프타 ▲에틸렌글리콜 ▲LDPE 같은 품목은 한국의 대중동 수입 비중이 높으면서 동시에 중동의 글로벌 공급 비중도 커, 가격 상승과 물량 제약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합성수지로 이어지는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출발점이다. 나프타 조달이 흔들릴 경우 원가 상승을 넘어 플라스틱, 포장재, 타이어, 자동차 부품, 전자부품 등으로 충격이 빠르게 확산된다.또한 특정 품목의 직접 수입 비중이 낮더라도, 중동이 글로벌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 국제 가격과 제3국 경로를 통해 간접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한국은 중동산 유황을 대규모로 직접 수입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유황이 황산과 인비료의 핵심 원료라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 변동의 영향을 비껴가기 어렵다. 장기화될 경우 국내 충격은 크게 세 갈래로 나타나특히 인비료 원료의 대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는, 중동발 원료 차질이 중국의 생산 축소나 수출 통제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한국의 조달 불안과 가격 상승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 요소수 대란 당시 요소 수출을 사실상 막았고, 이후에도 비료와 관련 원료의 통관·수출을 반복적으로 조절해왔다. 유황이 황산과 인비료로 이어지는 경로가 있다면, 무수암모니아는 질소비료로 이어지는 또 다른 핵심 고리다. 문제는 이 무수암모니아 역시 중동의 생산·교역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중동발 공급 충격은 산업 원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비료 가격 급등과 농업 생산비 부담, 식품 물가 상승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미 전쟁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비료 공장 가동 차질과 요소 가격 급등, 공급 지연 사례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충격은 크게 세 갈래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정유·발전·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에너지 집약 업종의 원가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둘째, 비료·물류·식품으로 이어지는 생활물가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일부 업종은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원재료 조달 지연과 생산 차질에 직면할 수 있다. 장기화 국면의 본질은 유가 상승 그 자체보다, 산업활동을 지탱하는 중간재와 물류 흐름의 불안정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시사점은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비축유 방출과 대체 공급선 확보를 통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간을 버는 조치에 가깝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와 산업 원자재를 분리해 볼 것이 아니라, 나프타·헬륨·암모니아·에틸렌글리콜 등 에너지 연계 산업재까지 포함한 통합 공급망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공급망 전체를 겨냥한 구조적 전략으로 전환해야특히 나프타 등 비에너지 핵심 소재에 대한 전략 비축이나 최소 재고 체계 도입도 검토할 시점이다. 에너지 전환 역시 자동적인 해법은 아니다. 수소와 암모니아 역시 상당 부분 천연가스 기반 공급망에 연결돼 있는 만큼, 전환 정책과 공급망 다변화는 함께 추진돼야 한다. 위기 이후의 기회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우회가 장기화될 경우 선복 수요 증가로 조선·해운 산업에는 중기적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사태 진정 이후에는 중동 지역의 에너지·인프라 재건, 방산, 식량안보 관련 투자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이를 단기 수주로 끝내지 않고, 장기 산업협력 구조로 연결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더 이상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응 역시 가격 관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물류·소재·비료·식품까지 잇는 공급망 전체를 겨냥한 구조적 전략으로 전환할 때다. 필자는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이다. 중동 및 이슬람권의 경제·산업 구조와 에너지·공급망을 연구하고 있다. 한-중동 협력포럼, 국회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등에서 연사로 활동하며 정책·산업 현장에서 협력 전략을 제시해왔다. 최근에는 중동의 에너지 구조 변화와 산업 다각화, 그리고 이 변화가 한국의 산업협력 및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2026.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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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2026년 아프리카 여행 안전 지수 1위 선정

여행

국제 보험 및 금융 비교 플랫폼 헬로세이프(HelloSafe)가 발표한 '2026 글로벌 여행 안전 지수'에서 모로코가 아프리카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이번 지수는 ▲범죄율 ▲정치적 안정성 ▲자연재해 위험 ▲보건 환경 ▲관광객 안전 등 5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됐다. 모로코는 치안 환경과 범죄율 항목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며 아프리카 지역 내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라케시·페스·카사블랑카·셰프샤우엔 등 모로코의 주요 거점 도시는 관광 인프라와 안전 체계가 구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모로코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인접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메디나와 사하라 사막 등 아랍·베르베르·지중해 문화가 혼합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현재 모로코 정부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공동 개최하는 2030년 FIFA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 인프라 확충을 진행 중이다. 주요 사업에는 ▲고속철도 노선 확대 ▲공항 시설 보강 ▲주요 관광지 치안 강화 등이 포함됐다.최근 글로벌 여행 시장에서는 목적지 선정 시 치안과 의료 환경 등 안전 요소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로코 관광 관계자는 국제 여행객을 대상으로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시설 개선과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6.03.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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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비합리성, 33년의 실증 데이터로 재입증하다 [새로나온 책]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학교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저서 ‘넛지’(Nudge, 한국어판 2009년 출간)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행동경제학의 권위자인 탈러 교수는 인간의 비합리적 의사결정 특성을 분석하여, 타인의 행동을 강제하지 않고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선택 설계’의 개념을 정립했다. 주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시장의 비합리성을 행동경제학적 프레임으로 분석하며 학문적·대중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이번에 출간된 ‘승자의 저주’는 1992년 초판 발행 이후 33년 만에 나온 전면개정판이다. 지난 30여 년간 축적된 금융시장 데이터와 실증 사례를 보완해 기존 이론의 유효성을 재검증한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현대 경제학의 표준 모델인 ‘합리적 인간’ 가설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번 개정판 역시 행동경제학적 가설들이 디지털 전환과 금융 환경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표준 경제학의 전제 오류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로는 ‘머그컵 실험’이 꼽힌다. 이는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를 증명한 연구다. 실험은 참가자를 무작위로 ▲판매자 ▲구매자 ▲선택자 세 집단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판매자 집단에게 학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시중가 5~6달러)을 증정하고 최소 판매 가격을 측정하며, 구매자에게는 최대 지불 용의 가격을, 선택자에게는 머그컵과 현금 중 선호하는 가격대를 기재하게 한다. 객관적 가치 판단을 전제하는 전통 경제학 관점에서는 각 집단의 희망 가격이 유사하게 형성되어야 하지만, 실제 데이터에서는 판매자의 요구 가격이 구매자나 선택자보다 높게 나타났다.책은 실험실 수준의 연구를 넘어 ▲이베이(eBay)의 2500만 건 거래 데이터 ▲고액 연봉자가 많은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드래프트 사례 ▲트레이더와 주택 소유자의 편향성 ▲TSMC의 주가 괴리 등 지난 30여 년간의 시장 변화를 폭넓게 반영했다. 각 장 끝에 추가된 ‘업데이트’ 섹션은 이번 개정의 핵심이다. ▲인수 경쟁의 패자가 주식시장에서 이득을 얻는 기제 ▲이베이 협상 데이터가 증명한 ‘50 대 50의 법칙’ ▲손실 회피(Loss Aversion)의 사례 ▲투자자의 국채 선호 심리 ▲현재 시점에 부여되는 특별 가중치의 실체 등을 상세히 다룬다.탈러 교수는 저문의 서문에서 “일련의 사실을 기술하고 이 사실들이 전통 경제 이론과 어긋난다는 점을 입증할 것”이라며 “업데이트 섹션을 통해 최근의 증거를 검토하고, 초기 실험에서 기록된 이상 현상들이 오늘날의 현실 세계에도 통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기술했다.금융 트레이더, 주택 소유자, 정책 결정자 등 경제 주체들이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범하는 오류의 통계적 패턴을 추적하는 과정은 현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실증적 자료를 제공한다. 햇빛소득마을 전남 신안군이 2023년부터 인구 감소 추세에서 반등한 주요 요인으로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이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적 평가 이후 해당 사례는 전국적인 검토 대상이 되었다. 이 책은 태양광 발전 수익의 지역 내 선순환 구조인 ‘햇빛소득마을’의 실현 방안을 설명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매년 500개씩, 총 2,500개의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오페라를 처음 보는 당신에게 ‘정신과 의사이자 예술애호가인 저자가 오페라를 처음 마주하는 독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를 펴냈다. 이론이나 방대한 역사 대신 오페라를 보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만을 정리했다. 오페라를 만드는 사람들부터 지휘자와 연출가의 차이, 희가극과 비가극의 구분 등 오페라에 대한 핵심을 짧고 명확하게 풀어낸다. 멀게만 느껴지는 오페라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만듭니다 : AI 세상을 바꾸는 산업공학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진 9인이 펴낸 책이다. 이들은 산업공학이 만드는 AI 세상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산업화 시기 이후 제조·금융·서비스 등 제반 영역에서 효율성을 연구해온 학문이다.` 대표 저자인 조성준 교수는 공공 데이터전략위원장, 정부3.0추진위원회 빅데이터전문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 산업AI센터장을 맡고 있다. 인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세계 주요 대학에서 교재로 쓰이는 인류학 입문서. 인류학을 학문이 아닌 사고의 방식으로 제시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상식과 가치에 질문을 던진다. 문화와 정체성, 권위 등을 통해 인간 사회를 새롭게 해석하고, 전쟁과 갈등 역시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함을 강조한다. 익숙함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교양서다.

2026.03.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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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직접 실행한 사람이 주인이다” [CEO의 서재]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는 것’이 부자가 되는 정답이라고 믿지만, 이 책은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는다.”김지훈 리티브 대표의 추천 서적인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은 기존 재테크 방식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장, 장기 투자로 이어지는 ‘40년 플랜’이 아니라, 젊은 시기에 빠르게 부를 축적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오랜 시간 노동과 절약에 의존하는 방식은 결국 현재의 삶을 희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책의 핵심은 ‘추월차선’이라는 개념이다. 저자는 인생을 인도, 서행차선, 추월차선으로 나누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적인 길만을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진정한 부는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이 자동으로 창출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김 대표는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 책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관점을 전환하는 사고를 강조한다”며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부를 빠르게 축적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저자 엠제이 드마코 역시 이러한 철학을 직접 실천한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 ‘부와 시간’을 동시에 얻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고, 결국 자신만의 사업 모델을 통해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 이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추월차선 법칙’을 정립했다.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문장으로 김 대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사람은 아이디어의 주인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 구절을 꼽았다. 그는 “스타트업 현장에서 가장 와닿는 말”이라며 “결국 실행력이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넘어 ‘부의 구조’를 설명하는 안내서에 가깝다. 기존의 절약 중심 재테크가 아닌, 사업과 시스템 구축을 통한 자산 증식 방식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특히 ‘부의 추월차선’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부자가 되는 길은 더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데 있다.끝으로 김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다. 그는 “월급에 의존하는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 자신의 사업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젊을 때일수록 추월차선에 올라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3.22 09:00

2분 소요
서울 유명 병원들도 거절했다…‘1경 시장’에 장흥이 뛰어든 이유 [길에서 만난 사람들]

전문가 칼럼

“약초는 시장에서 파는 원물이 아녀. 기나긴 인고를 견뎌갖고 대지가 품은 기운을 사람한테 고스란히 전해주는 가장 정직한 메신저지.”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정남(正南)으로 한참을 내달려야 닿는 전남 장흥. 춘분(春分)의 훈풍이 내려앉은 장흥읍 ‘장흥힐링테라피센터’의 문을 열면, 코끝을 찌르는 진한 생약초 향기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단순히 향기롭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심의 경쟁 속을 버텨온 이들이 이곳의 공기와 마주하는 순간, 뇌와 몸의 긴장은 일순간 무장 해제된다.이 변화의 중심에는 십수 년 지기 고향 친구인 배권세 장흥군신활력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과 설승환 원광대 장흥통합의료병원 사무국장이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흥의 생약초와 의료 인프라를 결합해, 시골 마을의 자원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미쳤다” 소리 들으며 8년...잡초를 브랜드로 만든 집념장흥은 예부터 생약초 특구였으나, 그동안은 단순히 원물을 수확해 판매하는 1차 산업의 한계에 갇혀 있었다. 배권세 이사장은 이를 서비스와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사업의 성패를 걸었다.“원물(原物) 판매라는 1차 산업의 굴레에선 미래가 없었제. 매년 7.6%씩 쑥쑥 크는 글로벌 웰니스 시장의 핵심은 ‘서사’라니깐. 도시 사람들이 바라는 거는 약초 자체가 아니여. 그 약초가 내 몸에 닿아갖고 일으키는 ‘회복의 드라마’지.” 배 이사장은 시스템 구축에만 7년 6개월을 쏟았다. 당시의 막막함을 그는 투박한 말투로 회상한다. “처음엔 다들 미쳤다고 했소. 돈도 안 되는 풀뿌리 잡고 뭐 하냐고. 근데 우리 약초가 향기로 터져 나와 사람을 살리는 꼴을 꼭 보고 싶었응께 그랬제.”그는 외부 전문가 대신 지역 주민 35명을 직접 선발해 8년간 정예 테라피스트로 양성했다. 장흥 자생 약초로 만든 13종의 화장품 브랜드 ‘이로우미(Iroumi)’는 그와 주민들이 함께 빚은 인고의 산물이다. 센터 3층 테라피실에서 5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아로마 패키지를 경험해 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장흥의 흙이 키운 약초 오일이 숙련된 테라피스트의 손길을 타고 전신에 퍼지는 순간, 8년의 세월이 응축된 향기가 몸 안의 독소를 밀어내는 듯한 감각이 전해진다.영하 110도에서 만나는 ‘완벽한 리셋’테라피센터에서 향기로 몸을 달랬다면,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장흥통합의료병원 2층 ‘전라남도 마음건강치유센터’는 그 치유에 의학적 신뢰를 부여한다. 이곳은 2025년 우수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되며 한국형 메디웰니스(Medi-Wellness)의 표준을 제시했다.설승환 사무국장은 양방·한방·대체의학을 결합한 ‘통합의학’을 웰니스 상품으로 정교하게 설계했다. “수도권 병원들은 수익이 안 나네, 너무 머네 해싸면서 손사래를 쳤제. 그란디 우리 장흥은 요 천혜의 자연 자본을 의학적 처방으로 딱 엮어볼 용기를 낸 거여.” 설 국장은 설립 당시의 절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서울에 유명하다는 대학병원은 다 찾아다녔제. 근데 다들 ‘너무 멀어서 수익 안 난다’고 손사래를 칩디다. 가슴이 타들어 갔는디, 그때 친구 배 이사장이랑 소주 한잔하면서 ‘우리 자존심 한번 세워보자’고 결심했소.”이곳의 강점은 ‘과학적 데이터’다. 맥파 검사와 스트레스 지수 측정 등 정밀 진단을 통해 내 몸의 피로도를 시각화된 그래프로 직면하게 한다. 특히 영하 110도의 극저온 전신 자극 장비인 ‘크라이오테라피 챔버’는 짧은 시간에 ‘완벽한 리셋’을 원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독보적인 인기다. 3분간의 극한 체험 후 혈관이 팽창하며 몸속에 엔도르핀이 도는 그 짜릿한 감각은, 도심의 어떤 스파도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회복력을 제공한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하루 단 3팀에게만 문을 열어 최상의 몰입도를 보장한다. 입안에서 터지는 자연의 복원력장흥의 웰니스 비즈니스는 식탁 위에서도 완성된다. 장흥의 대표 특산물인 ‘무산(無酸)김’은 효율성 대신 정직함을 택해 성공한 사례다. 염산을 쓰지 않고 김발을 매일 뒤집어 공기 중에 노출하는 전통 방식은 생산 과정은 까다롭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보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여기에 지역 쌀을 활용한 ‘쌀빵’은 농업 자산을 현대적 푸드테크(Food-tech)로 확장해 소화가 편안한 기능성 식품 시장을 공략한다. 배 이사장은 “정직한 식재료가 바로 우리 지역 산업 경쟁력이여. 장흥 갯벌이랑 산이 정성껏 키운 식재료를 테라피랑 딱 묶어갖고 패키지로 내논께 지역 경제 전반에 활기가 도는 거제.”라고 설명했다. 힐링테라피센터 1층 갤러리와 북카페에서는 누구나 장흥의 쌀과 김으로 만든 웰니스 푸드를 가볍게 체험할 수 있어, 관광객들의 소비를 지역 경제로 직접 연결하고 있다.정부가 전국 7개 권역을 웰니스 클러스터로 육성하며 1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장흥은 이미 미식과 의료, 테라피가 결합한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장흥의 성공은 시골 마을이 가진 보편적인 자원을 어떻게 전문적인 서비스 산업으로 승화시키느냐에 달려 있었다. 길 위에서 만난 두 친구는 자연에 순응하며 저마다의 치유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사람이 곧 자연입디다. 편백숲 우드랜드 펜션에서 하룻밤 묵고,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흥126타워에 올라가 보시오. 자연으로 돌아와 깊은숨을 한번 크게 쉬어 보는 거, 그것이 장흥이 제안하는 진짜 여행이자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복원’이라니깐요.” 고향의 자원을 산업화하겠다는 두 주역의 안목과 실행력은 지역 소멸을 고민하는 대한민국 지자체들에 새로운 성공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2026.03.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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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 버팀목 기업에 숨통 틔워줄 때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라면과 식용유 업체들이 오는 4월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라면의 경우에는 평균 4.6~14.6% 내리는데, 출고가 기준으로는 40~100원 가량입니다. 식용유 제품은 평균 3~6% 가량으로 출고가 기준 300원에서 최대 1250원까지 내리는 겁니다. 일부에서 인기 제품은 제외됐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내수 부진에 더해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환율 등 혼돈의 국내외 경제 여건에서 ‘가격 인하’라는 결정은 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습니다. 유통업계 임원은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 기업들이 적극 협조하는 것이지, 여력이 있어서 가격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기업은 지금 복합 위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쉽게 넘고 있는데요, 지난 3월 16일(1501.0원)에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 이후 처음으로 주간 거래에서 장중에 1500원을 넘었습니다. 정부는 어떻게든 1500원 선 아래로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동 전쟁’이라는 대형 악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고환율은 곧바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상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인하한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감수한 결정입니다. 이를 잘 아는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변화의 시기에 상품 가격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처음 아닌가 싶다.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준 기업들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지도부를 잇따라 제거하고 있고, 이란은 보복을 외치고 있어 이번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이러면 1970년대 석유 공급 부족과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은 ‘석유 파동’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습니다. 이는 경제 여건이 점점 나빠진다는 얘기여서 정부가 기업에만 기대어 문제를 헤쳐 나갈 상황이 아닙니다. 또 다른 업체 임원은 “국가적 위기에는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라면서도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나 법인세 부담 완화 등 최소한의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논의나 준비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들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 등 기업을 옥죄는 규제는 빠르게 강화하는 반면, 배임죄 폐지와 상속세 개편 등 기업들이 요구해 온 규제 완화는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기업들은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평상시가 아닌 비상 국면입니다. 세밀한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위기 대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K-기업들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보다 과감하고 실질적인 기업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2026.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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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가 스타트업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게 맞을까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새해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창업 의욕을 꺾는 안타까운 소식이 잇달아 날아들었다. 첫 번째 소식은 투자자인 신한캐피탈을 상대로 한 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항소심 패소다. 2023년 사업 악화로 회생 절차를 밟던 어반베이스에 대해, 신한캐피탈은 하진우 대표 개인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신한캐피탈은 투자 주체가 벤처캐피털(VC)이 아닌 신기술사업금융사라는 점과, 연대 책임 청구가 아닌 ‘주식매수청구권’을 계약 근거로 내세워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투자사-창업자 간 위험 공유 원칙 깨지나창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번 판결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투자사가 피투자 기업 창업자 개인에게 기업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과거의 악습인 연대 책임과 다를 바 없는 전례 없는 사례다.본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창업자는 투자 유치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투자사는 투자를 통해 그 위험을 떠안는 협업 방식이 상식으로 통용되어 왔다. 이를 통해 벤처 금융과 스타트업은 위험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투자사가 창업자에게 사실상 원금과 이자를 청구한 셈이어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양측의 신뢰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두 번째 소식은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의 장외거래소 인가 심사 탈락이다. 2018년 설립된 루센트블록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우량 부동산에 소액 투자가 가능한 토큰 거래 시장을 개척해 왔다.문제는 올해 초 장외거래소 예비 인가 심사에서 루센트블록은 고배를 마신 반면,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 같은 대형 기관들이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불모지였던 시장을 일궈왔다. 오랫동안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성을 실증한 혁신 기업은 탈락하고, 시장을 관망하던 대형 기관들이 그 열매를 가져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과거 제도권 금융 기관들은 법적 규제와 해석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토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당시 시장을 만들고 혁신을 이끈 이들은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었다. 그들은 입법 기관을 설득하고 행정 기관에 호소하며 길을 닦았다. 정작 인가 심사에서는 시장 밖에서 관망하던 기관들만 통과했으니, 심사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법과 제도 아닌 ‘창업 문화’라는 관점 필요 어반베이스에 승소한 신한캐피탈과 인가 심사를 통과한 대형 기관들은 모두 법적으로나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정당한 결과라고 주장한다.필자의 심정은 복잡하다. 법적 결함이 없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이 ‘정당한 결과’라는 주장에는 수긍하기 어렵다.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의 스타트업 특성을 몰랐을 리 없다. 연대 책임을 묻지 않는 벤처 금융의 본질 또한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루센트블록 사례도 마찬가지다. 인가 심사 기관이 기존 제도권 금융의 잣대가 블록체인 기반 혁신 사업 심사에 적합하다고 믿었는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시장의 낡은 기준으로 혁신 기술 사업을 측정한 것부터가 오류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금융 관료들의 ‘짬짜미’ 심사라는 혹독한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법은 허점이 있을 수 있고, 제도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법이 ‘최소한의 도덕’이듯, 제도는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인식과 문화라는 토대 위에서 명문화되어야 한다.창업 영역도 마찬가지다. 투자자와 창업자가 위험을 공유하는 파트너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이들의 업적을 우대하는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올바른 제도가 정립될 수 있다. 우리 생태계는 이번 사태들을 생태계 내부의 윤리와 공익을 저해하는 처사로 받아들이고 있다.새해 초 이재명 정부는 ‘국가창업시대’를 선언하고, 대국민 창업 오디션인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생태계도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국가 주도의 행사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정부는 건강한 창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더욱 세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반베이스나 루센트블록의 사례처럼 혁신가들의 노력이 제도라는 이름 아래 부정당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진정한 국가창업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단순한 행사를 넘어, 더 나은 창업 문화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 필자는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로 창업생태계와 창업실패를 연구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창업생태계 현장을 모두 경험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창업생태계를 가까이 하면서 창업자들과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6.03.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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