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이해상충을 해소하고 순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청에 따라 ‘인적분할 당위성’을 보강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가운데, 사상 최대 실적과 대규모 증설 계획을 앞세워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일 금감원의 정정신고 요청에 따라 정정신고서를 공시했다. 정정된 신고서에는 금감원이 지적한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인적분할 필요성과 목적, 분할 후 사업 전망 등이 보완됐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정정신고서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이해상충 이슈를 해소하고 분할 이후 사업 시너지 효과가 높아질 것이란 내용을 담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정정신고서에서 “글로벌 신약 개발사들은 분할회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이 엄격한 방화벽(Firewall) 구축 등에도 이해상충에 대한 우려를 지속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할회사는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 지분을 관리하는 투자사업부문을 분할해 CDMO 사업과 바이오의약품 개발·상업화 사업을 분리하고자 본 분할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대규모 CDMO 계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해당 약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면서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례가 포함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사실상 동일 회사로 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론자 ▲우시 ▲후지필름 등 경쟁 대형 CDMO 업체 중 신약개발까지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추가 지배구조 개편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인적분할이 사업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이에 반하는 지배구조 개편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한국거래소에 확약했다”고 밝혔다. “이해상충 해소하고 글로벌 수주 확대”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향후 신설 계획인 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만을 자회사로 보유하는 구조로 재편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과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교부 받게 된다. 분할 비율은 현재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인적분할은 기존 법인 주주가 지분율에 비례해 신설 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통상 물적분할보다 기존 투자자 피해 우려가 낮은 방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앞서 한국거래소 심사 단계에서 한 달간 재상장 일정이 미뤄져 주가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애초 지난 7월 2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증권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신고서 제출이 한달가량 지연되면서 주총일도 연기됐다.이에 따라 성바이오로직스는 분할계획서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일을 기존 9월 16일에서 오는 10월 17일로 변경했다. 이후 10월 3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11월 24일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재상장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 심사에 따라 일정은 다시 조정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와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자(부사장)이 첫 자사주 매입에 나선 점은 시장 불확실성을 의식한 ‘책임경영 강화’ 신호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존림 사장은 지난 8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사주 400주를 매입했다. 이는 총 4억41000만원 규모다. 존림 사장과 함께 유 부사장도 200주(약 2억원 규모)를 장내 매입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현재 제2바이오캠퍼스에 향후 10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입해 4개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으며, 5공장(78만4000L)은 가동을 시작했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글로벌 빅파마들의 대형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매출도 가파르게 성장해 지난해 4조원을 넘겼고, 올해 상반기 순수 CDMO 매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할로 고객사 신뢰를 확보하면 5공장 수주 가속화와 함께 글로벌 메가톤 계약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며 “다만 규제 과정이 길어질 경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